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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45

6화) 협상 덜컹거리는 짐마차에 탄 공주들은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다. 공포스럽고 치욕스러웠던 지난 밤. 누구 하나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침 일찍 칼리스의 종자가 새 옷을 가져다주었지만, 온몸 가득한 핏자국과 불편한 상황들에 몸이 무겁고 아팠다. “미친 놈들. 찢어 죽일 놈들.”벨로나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간신히 정신을 차린 디에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고, 루에나는 여전히 흐느낌을 멈추지 못했다. 언니들을 바라보던 아스티나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이대로는 안 돼. 다들 제국에 도착할 때까지 못 견딜 거야. 어떻게든 살아야 해. “황제는 그대들을 진심으로 원하고 있으니”갑자기 어젯밤 칼리스의 말이 떠올랐다. 황제.제국의 지배자. 그리고 그 칼리스조차 함부로 거스를 수 없는 존.. 2026. 6. 29.
5화) 서늘한 경고 유쾌하고 소란스러운 소음들이 모닥불 주위를 늦은 밤까지 맴돌았다.승리를 자축하는 제국군들의 웃음소리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 사이사이로 공주들의 흐느낌이 유령의 속삭임처럼 처연하게 스며들었다. 승자들의 환희와 패자들의 절망이 같은 밤하늘 아래 뒤섞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전공을 자랑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흐느꼈다. “언제까지 우는 거야? 세상 끝났어?”“하하하! 고귀하신 공주마마들 비위를 맞춰주려면 꽤나 힘들겠어.”병사들은 짖궂은 농담을 던지면서도, 장막 사이로 보이는 공주들의 모습을 계속 힐끔거렸다. 금발의 아름다운 여인들이 네 명이나 있었다.그것도 평생 전장을 떠돌던 병사들이 감히 가까이할 수도 없었던 아름답고 고귀한 여성들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시종과 기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살.. 2026. 6. 29.
4화) 전리품 아스티나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뒤였다. 왕궁은 더 이상 그녀가 알던 아름다운 궁전이 아니었다.곳곳이 무너져 내린 회랑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아 있었고, 붉은 피가 대리석 바닥 위를 길게 물들이고 있었다. 불길은 대부분 진압되었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공주들은 제국군들에게 둘러싸인 채 천천히 왕궁 밖으로 이동하고 있었다.루에나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흐느끼고 있었고, 벨로나는 이를 악문 채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다. 디에나는 텅 빈 눈으로 바닥만 바라봤다. 마치 영혼이 함께 무너져 내린 사람 같았다. 아스티나는 차마 주변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익숙했던 정원은 짓밟혀 있었고, 조금 전까지 웃음이 가득했던 궁전은 시체와 잿더미만 남은 폐허가 되어 있.. 2026. 6. 29.
3화) 붉은 눈의 괴물 에스카리엘은 이미 패배한 전쟁터와 다름없었다.불길은 왕궁을 삼키고 있었고, 살아남은 기사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제국군을 막지 못했다. 화염은 아름답던 궁전을 집어삼키며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병사들의 검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그러나 그런 혼란 속에서도 칼리스의 붉은 눈동자만큼은 흔들림 없이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제국 정예 병사들은 칼리스를 따라 바삐 움직였다. 칼리스는 마치 방향을 제대로 아는 것처럼 비밀 통로를 단번에 찾아냈다. 역시 용족은 다른 건가.비범한 칼리스의 능력에 매번 감탄하는 카시안이지만, 왕가 비밀 통로를 찾아내는 능력에는 진심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칼리스는 희미한 빛을 쫓았다.그 빛은 보일 듯 말듯 해 그를 더 애 닳게 했다. 게다가 왕궁 입성 .. 2026. 6. 29.
2화) 달빛 아래의 첫 키스 화려한 샹들리에의 빛으로 반짝이는 연회장에는 아름다운 선율과 향기로운 꽃내음으로 가득했다. 밤의 궁전은 낯보다 훨씬 아름답고 화려했다. 에스카리엘의 모든 귀족들이, 에스카리엘과 카르테시온의 화합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다. 궁전은 그 어느때보다 활기로 가득했다. 귀족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어린 두 연인에게 쏠렸다. 찬란한 금발을 빛내는 두 사람은, 마치 장인의 정교한 손끝에서 탄생한 도자기 인형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한 쌍이었다.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앞으로 두 나라의 미래가 두 분의 미모만큼이나 밝아지겠군요.”비슷한 분위기의 덕담이 여러 차례 반복되자 아스티나는 억지 미소를 유지하느라 볼이 뻐근해지는 기분이었다. 귀족들은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했지만, 정작 관심은 혼담보다 서로의 권력과.. 2026.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