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4 10화) 한밤의 습격 쏟아지는 화살에 헤스티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슈웅! 카캉! 카캉!귀를 찢는 쇳소리가 연달아 터졌다.놀란 헤스티아가 눈을 떠보니, 머리 위로 쏟아지던 화살들은 이미 산산이 부서져 발밑에 흩어져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눈으로 따라가지도 못한 사이, 수십 발의 화살이 흔적도 없이 잘려 있었다.“영애, 괜찮습니까?” “…네, 전 괜찮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그때, 수행원들이 모여들어 헤스티아 주변을 원형으로 에워쌌다. “부대장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에르반님을 찾느라 늦었습니다.” 가쁜 숨을 정리하며 홀던이 말했다. 이안의 미간이 순간 움찔거렸다. “그래서 에르반님은?” “무슨 실험을 한다고 검은과부거미 독을 드시고 쓰러져 있더라고요!”이안은 제 귀를 의심했다. “뭐? 그걸 왜 먹어?” “제.. 2026. 9. 9. 9화) 황궁으로 가는 길 제국에는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이름이 존재했다.아르세리온 황실. 그리고 그 황실의 검이라 불리는 발드라이크. 발드라이크는 태초부터 황실을 지켜온 늑대의 후예였다. 타고난 강인한 육체와 압도적인 무력을 앞세운 그들의 권위는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전쟁은 언제나 이곳에서 시작되었고, 승리는 항상 발드라이크의 것이었다. 태초에 맺은 맹약으로 발드라이크는 절대적인 무력을 얻는 대신, 황실에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다. 제국의 번영이 그들의 힘 위에 세워졌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파른 아론 산맥을 등진 청회색 거성은 마치 산맥의 일부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십 리 밖에서도 그 위용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거대했고, 햇빛을 머금은 성벽은 보는 각도마다 청회색과 은.. 2026. 9. 2. 8화) 브렌하임을 떠나며 헤스티아는 잠시 머뭇거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에르반님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그녀는 한 번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처음엔 찌릿한 통증이 있었지만, 이내 기분 좋은 기운이 퍼져 나갔습니다. 무엇보다 에르반님과의 마력 충돌로 몸을 휘감았던 냉기가 걷히고 온기가 스며들었습니다.” 에르반의 회색 눈동자가 흥미로 반짝였다. “그게 정말입니까? 어쩐지… 반응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공자님께서도 같은 의견이십니까?” 이안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설명하기 힘든 죄책감에 두 사람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의 손끝에는 아직도 공명의 여운이 희미하게 맴돌고 있었다. 좋은 기운.헤스티아는 그렇게 표현했지만, 이안이 느낀 것은 단순히 좋은 정도가 아니었다.설명할 수 없는 충만함이 가슴 깊은 곳에.. 2026. 8. 26. [심장이 붉게 물들면] 9월 14일부터 연재 재개합니다. 안녕하세요. STUDIO MANYASSI입니다. [심장이 붉게 물들면]은 스토리 재정비를 위해 2주간 잠시 휴식을 가진 뒤, 9월 14일부터 연재를 재개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반부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고,앞으로는 세계관과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욱 확장되는 후반부에 들어갑니다. 본격적인 후반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체적인 사건 흐름과 설정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남은 이야기를 보다 탄탄하게 이어가기 위해 잠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잠시 쉬어가는 만큼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와 인물들의 선택, 그리고 마지막 결말까지 많이 기대해 주세요.[심장이 붉게 물들면]은 9월 14일 다시 찾아오겠습니다.항상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6. 8. 22. 7화) 공명 한층 표정이 밝아진 헤스티아가 에르반에게 물었다. “황자님들께서는… 어떤 분이신가요?” 에르반은 잠시 이안과 눈을 맞추었다. 두 사람은 곰곰이 황자들을 떠올렸다. 이안이 섣불리 입을 열지 않자 에르반이 결국 말하기 시작했다. “제국에 두 분의 황자님이 계신 것은 알고 계시죠? 1황자 노아르 전하와 2황자 로이드 전하십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실망하진 않으실 겁니다.” “…그렇군요.” ‘결국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정되겠지. 얼굴은 상관없으니 말이 통하면 좋겠군.’헤스티아의 가늘고 풍성한 속눈썹이 눈가에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이안이 말을 보탰다. “아무래도 아직 황태자 책봉 전이다 보니 조심스럽습니다. 자칫 권력 분쟁이 될 수가 있으니까요.” 이안의 말을.. 2026. 8. 19. 28화) 환영의 숲 Ⅱ 벨로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흐릿했던 시야가 조금씩 선명해지며 그리운 체온이 느껴졌다. “공주님, 괜찮으세요? 정신 차리세요!”자신을 걱정하는 익숙한 목소리와 탄탄한 품 속에서 벨로나는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다. 그녀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얼굴을 매만졌다. 그가 환영인지 실체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공주님, 저예요. 알아보시겠어요?”벨로나는 힘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따뜻한 걸 보니… 카시안이 맞구나. 다행이다.” 카시안의 충혈된 눈동자가 안도감으로 흔들렸다. 그는 벨로나를 꽉 끌어안았다. “하,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놓칠 뻔했어요.” 카시안은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몇 번이고 숨을 골랐다. 그녀가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듯 떨리는 손끝으로 등을 쓸어내렸다. 그의 애정 .. 2026. 8. 18. 6화) 새로운 인연 헤스티아는 일주일 만에 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아직도 숨을 깊게 들이쉬면 가슴이 저렸지만 통증은 확연히 잦아들었다. 가슴에서 빛을 발하는 뤼네 문양을 볼 때마다 헤스티아는 후회했다.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절대로 양피지를 펼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어떤 것도 궁금해하거나 함부로 만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막 잠에서 깬 헤스티아는 분주한 바깥 소음에 창가로 다가갔다. 헤일로를 비롯한 사용인들이 정문 앞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들의 시선 끝에는 멀리서 황가의 깃발을 단 마차와 사람들이 보였다.며칠 전부터 사용인들이 분주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헤스티아는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시선을 떼지 못했다. 선두에 서 있던 흑갈색 머리의 남자가 천천히 말에서 내려.. 2026. 8. 12. [심장이 붉게 물들면] 1·2화 리빌드 안내 안녕하세요. STUDIO MANYASSI입니다.[심장이 붉게 물들면] 1화와 2화를 새롭게 수정하여 업데이트했습니다. 최근 연재분을 작업하면서 초반부를 다시 읽어보니,몇 달 전에 작성했던 글이라 지금의 시선에서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초반부터 이야기에 몰입하기에는 설명이 다소 많고, 사건이 진행되는 속도나 긴장감도 이후 회차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전체 이야기의 큰 흐름과 설정은 유지하면서 1화와 2화의 구성을 다시 다듬었습니다.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설명은 덜어내고, 중요한 사건을 압축적으로 배치해 전개 속도를 높였습니다.또한 이후 회차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인물의 감정과 사건의 연결도 함께 정리했고, 어울리는 일러스트도 추가했습니다. 이미 1화와 2화를 읽으셨던.. 2026. 8. 11. 27화) 환영의 숲 Ⅰ 숲 속을 한참 내달리던 공주들은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잠시 숨을 골랐다.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숲 속은 지나치게 고요하고 불길했다. 무서워진 루에나가 아스티나의 손을 꼭 붙잡았다. 아스티나는 파리해진 루에나를 꼭 껴안아 주었다. 언니들이 서둘러 마차를 탈출하는 바람에 덩달아 따라오긴 했지만, 아스티나의 발걸음은 자꾸 무거워졌다. “언니, 이게 맞을까? 돌아가서 보호를 받는 편이 낫지 않을까?”걱정스러운 눈빛을 한 아스티나가 벨로나에게 물었다. “나도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어. 하지만, 너도 느꼈잖아. 그 녀석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했어! 그곳에 있다가는 살해당했을 거야.”“…그들은 분명히 황가의 문장이 새겨진 목걸이를 차고 있었어. 황제가 우리를 죽이려는 걸까?” 벨로나와 아스티나의 대화를 .. 2026. 8. 11.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