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46 9화) 황궁으로 가는 길 제국에는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이름이 존재했다.아르세리온 황실. 그리고 그 황실의 검이라 불리는 발드라이크. 발드라이크는 태초부터 황실을 지켜온 늑대의 후예였다. 타고난 강인한 육체와 압도적인 무력을 앞세운 그들의 권위는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전쟁은 언제나 이곳에서 시작되었고, 승리는 항상 발드라이크의 것이었다. 태초에 맺은 맹약으로 발드라이크는 절대적인 무력을 얻는 대신, 황실에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다. 제국의 번영이 그들의 힘 위에 세워졌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파른 아론 산맥을 등진 청회색 거성은 마치 산맥의 일부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십 리 밖에서도 그 위용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거대했고, 햇빛을 머금은 성벽은 보는 각도마다 청회색과 은.. 2026. 9. 2. 8화) 브렌하임을 떠나며 헤스티아는 잠시 머뭇거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에르반님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그녀는 한 번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처음엔 찌릿한 통증이 있었지만, 이내 기분 좋은 기운이 퍼져 나갔습니다. 무엇보다 에르반님과의 마력 충돌로 몸을 휘감았던 냉기가 걷히고 온기가 스며들었습니다.” 에르반의 회색 눈동자가 흥미로 반짝였다. “그게 정말입니까? 어쩐지… 반응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공자님께서도 같은 의견이십니까?” 이안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설명하기 힘든 죄책감에 두 사람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의 손끝에는 아직도 공명의 여운이 희미하게 맴돌고 있었다. 좋은 기운.헤스티아는 그렇게 표현했지만, 이안이 느낀 것은 단순히 좋은 정도가 아니었다.설명할 수 없는 충만함이 가슴 깊은 곳에.. 2026. 8. 26. 7화) 공명 한층 표정이 밝아진 헤스티아가 에르반에게 물었다. “황자님들께서는… 어떤 분이신가요?” 에르반은 잠시 이안과 눈을 맞추었다. 두 사람은 곰곰이 황자들을 떠올렸다. 이안이 섣불리 입을 열지 않자 에르반이 결국 말하기 시작했다. “제국에 두 분의 황자님이 계신 것은 알고 계시죠? 1황자 노아르 전하와 2황자 로이드 전하십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실망하진 않으실 겁니다.” “…그렇군요.” ‘결국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정되겠지. 얼굴은 상관없으니 말이 통하면 좋겠군.’헤스티아의 가늘고 풍성한 속눈썹이 눈가에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이안이 말을 보탰다. “아무래도 아직 황태자 책봉 전이다 보니 조심스럽습니다. 자칫 권력 분쟁이 될 수가 있으니까요.” 이안의 말을.. 2026. 8. 19. 6화) 새로운 인연 헤스티아는 일주일 만에 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아직도 숨을 깊게 들이쉬면 가슴이 저렸지만 통증은 확연히 잦아들었다. 가슴에서 빛을 발하는 뤼네 문양을 볼 때마다 헤스티아는 후회했다.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절대로 양피지를 펼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어떤 것도 궁금해하거나 함부로 만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막 잠에서 깬 헤스티아는 분주한 바깥 소음에 창가로 다가갔다. 헤일로를 비롯한 사용인들이 정문 앞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들의 시선 끝에는 멀리서 황가의 깃발을 단 마차와 사람들이 보였다.며칠 전부터 사용인들이 분주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헤스티아는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시선을 떼지 못했다. 선두에 서 있던 흑갈색 머리의 남자가 천천히 말에서 내려.. 2026. 8. 12. [심장이 붉게 물들면] 1·2화 리빌드 안내 안녕하세요. STUDIO MANYASSI입니다.[심장이 붉게 물들면] 1화와 2화를 새롭게 수정하여 업데이트했습니다. 최근 연재분을 작업하면서 초반부를 다시 읽어보니,몇 달 전에 작성했던 글이라 지금의 시선에서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초반부터 이야기에 몰입하기에는 설명이 다소 많고, 사건이 진행되는 속도나 긴장감도 이후 회차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전체 이야기의 큰 흐름과 설정은 유지하면서 1화와 2화의 구성을 다시 다듬었습니다.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설명은 덜어내고, 중요한 사건을 압축적으로 배치해 전개 속도를 높였습니다.또한 이후 회차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인물의 감정과 사건의 연결도 함께 정리했고, 어울리는 일러스트도 추가했습니다. 이미 1화와 2화를 읽으셨던.. 2026. 8. 11.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