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로판23 22화) 황제의 선물 시온이 다녀간 뒤부터 칼리스는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황제가 보낸 선물이 평범할 리 없었다.'도대체 뭘 보낸 거지? 그 미친 놈이.' “주군, 한 각(15분) 정도 달리면 야영할 만한 적당한 곳이 나옵니다.”주군의 불안한 기색을 눈치챈 카시안은 서둘러 근처의 야영지를 물색한 뒤 입을 열었다. 아직은 더 달려야 했다.하지만, 저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칼리스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야영지에 도착한 제국군은 서둘러 짐을 풀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천막을 세워 나갔다. 일사분란한 모습에 공주들은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합을 맞춰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완성된 천막으로 안내된 공주들은 탁자 위에 황제의 선물 상자들을 놓고 그저 쳐다볼 뿐이었다. 아무도 .. 2026. 7. 8. 21화) 불청객 제국군은 숲을 가로질러 빠르게 내달렸다. 울창한 나무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고, 거센 말발굽 소리만이 고요한 숲을 뒤흔들었다. 고삐를 쥔 카시안의 손에는 자신도 모르게 힘이 잔뜩 들어갔다.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제 품 안에 있는 벨로나의 존재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해졌다. 괜히 답답해진 카시안은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저에게 묻고 싶은 것이 무엇이죠?” “계속 신경 쓰였는데.”잠시 침묵하던 벨로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주군과 아스티나, 언제부터지? 알고 있었어?” 카시안은 쉽게 말을 하지 못했다. 설마 이런 질문이 돌아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무슨 소리십니까? 제가 뭘 알고 있다고…” “시치미 떼지 마. 내가 눈치 챌 정도인데, 네가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되지.” 난처함.. 2026. 7. 6. 20화) 한 걸음 더 바쁘게 서두른 탓에 제국군은 약속한 반 시진보다 일찍 출발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해, 전투의 흔적이 남은 이 곳을 빠르게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여전히 칼리스는 아스티나와 함께 막사에 머물러 있었다. 곁눈질로 주군의 막사를 살피던 카시안은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불안감까지 겹치자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내 말을 어디로 들은 거야.’분명히 자신의 충언에 고개를 끄덕였던 주군이, 마음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모습이 못 마땅했다. 칼리스를 부르려던 카시안은 짧게 혀를 찬 뒤 말을 돌렸다. 지금 주군을 불렀다가는 눈치 없다고 타박이나 받을 것이다. 카시안은 주변을 한 번 더 확인하기로 했다. 공주들의 막사까지 온 카시안은 눈앞의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멈춰 섰다.. 2026. 7. 1. 19화) 마침내 닿은 진심 카시안은 복잡한 마음을 뒤로 하고, 병사들과 함께 출발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제국으로 가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 공주님들의 상황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누가 가서 공주님들 준비를 도와드려. 반 시진 뒤 출발이니 서둘러야 해.” 근처에 있던 칸델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카시안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에게 무어라 나무랄 처지가 아님을 본인도 알고 있었다. 자신부터 공주와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사라지는 칸델을 쳐다보던 카시안은 흘러나오는 쓴웃음을 거두고는 고개를 돌렸다. **************************칼리스는 아스티나에게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 태도가 다정해.. 2026. 6. 30. 17화) 습격 Ⅰ 드레스 끈을 푸는 칼리스의 손 끝이 떨렸다. 능숙한 척하고 싶었지만, 긴장과 조바심이 얽혀 뜻대로 되지 않았다. 흐트러진 모습으로 자신을 갈망하는 아스티나의 모습에 더 안달이 났다. 사랑하는 여인에게는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일까. 세상 어떤 것보다 소중해서 조심스러우면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제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칼리스는 자신의 흐트러진 욕망이 그녀를 다치게 할 것 같아 잠시 주저했다.칼리스의 마음을 읽은 아스티나가 그의 옷깃을 살며시 움켜쥐었다.떨리는 푸른 눈동자가 그를 올려다보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칼리스…”칼리스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려 미칠 것만 같았다.이 벅차오르는 마음을 무엇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그는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숨결을 흘리며 아스티나의 턱을 부드럽게 끌어당.. 2026. 6. 30.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