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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34

15화) 폭풍 전야 한나절 내내 이어진 폭우에 결국 칼리스 부대는 발을 멈췄다. 루에나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공주들의 처소에서 빗줄기를 바라보던 아스티나는 어딘가 달라진 부대의 분위기에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비 때문만은 아니었다.병사들의 얼굴은 눈에 띄게 침울했고, 야영지 전체에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오후부터는 칼리스의 처소 주변으로 병사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칼리스의 벗은 몸을 마주친 이후, 그와 제대로 얘기하지 못했다. 게다가 오늘은 하루 종일 보지도 못했다. 설마.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아스티나는 불안한 마음에 손톱을 잘근 씹으며 칼리스의 처소만 바라봤다. 그때였다.의무병 하나가 피로 젖은 옷가지를 안고 칼리스의 처소를 나오는 것이 보였다.. 2026. 6. 29.
14화) 다가오는 폭풍 아스델에 도착한 칼리스는, 하이데벨 마법사가 묵고 있는 여관부터 서둘러 향했다. 다행히 여관 주인은 그와 친분이 있던 자였다. 칼리스는 금화가 두둑히 든 주머니를 그에게 찔러주었다. 금화를 확인한 여관 주인은 세상에서 제일 인심 좋은 사람이 되었다. “아스델에서 제일 유능한 의사가 누구지?”“제일이라면… 사거리에 있는 헨스입니다.”“입이 무거운 자인가?”여관 주인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을 이었다. “그런 자를 원하시면 3번 거리에 있는 그레고리의 진료소를 가보십시오. 그 자라면 믿을 수 있습니다.”칼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2층에 묵고 있는 안경 쓴 노인이 여관을 떠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나?”여관 주인은 생글거리며 말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리가 원하시는 건 무.. 2026. 6. 29.
11화) 붉게 물든 두 사람 칼리스는 욕조에 누워 하루종일 심란했던 마음을 다스렸다. 자꾸만 흐트러지는 마음을 정리해야 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본 빛이 무엇인지도 알아내야 했다. 하이데벨에 전령을 보냈으니 곧 연락이 올 것이다. 그때, 막사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카시안이 옷을 가지고 들어온 것 같았다. 칼리스는 서둘러 몸을 일으켜 병풍으로 갔다. 수건을 찾느라 주위를 둘러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서의 부재가 이럴 때 티가 난다. 하지만, 칼리스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바닥이 젖는 것은 싫지만, 가운을 얼른 입으면 될 일이다. 병풍을 걷던 순간.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노을빛을 머금고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수증기 너머로 아스티나가 보였다.두 사람은 동시에 몸이 굳어 버렸다. "...!""...!!"아스티나는 자신이 무엇을 보.. 2026. 6. 29.
10화) 네가 자꾸 신경 쓰여 “공주님,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실 수 있죠?”카시안은 벨로나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루에나에게 말했다. “… 응. 이만 내릴게.”그의 팔에 실린 힘이 풀리는 것을 느낀 루에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에반, 이리와서 공주님을 모셔가.”카시안은 근처에 있던 병사에게 루에나를 맡기고 곧장 벨로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물에 들어서자마자 벨로나는 금세 후회했다.생각보다 계곡물은 차가웠고 바닥은 미끄러웠다.지금이라도 도움을 받아야 하나.슬쩍 뒤를 돌아본 벨로나는 자신을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는 많은 눈들에 자존심이 상했다.흥.네깟 놈들 도움 따위 필요 없어.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 몇 번이나 휘청였지만, 걷다 보니 조금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어느새 계곡 한가운데까지 도착한 벨로나는 은근한 자신감까지 .. 2026. 6. 29.
9화) 가까워지는 두 사람 짧은 휴식을 마무리하고, 공주들이 말을 바꿔 탄 뒤 반나절이 흘렀다.늦지 않게 야영을 하려면 노던 숲을 서둘러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울창하게 우거진 숲은 말을 몰기에 썩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여름 내 자란 나무들은 하늘을 가릴 만큼 높게 가지를 뻗고 있었고, 곳곳에 계곡과 바위가 길을 막고 있었다. 시야를 가로막는 나뭇가지까지 쉴 새 없이 얼굴을 스쳐, 칼리스는 달리는 와중에도 가지를 꺾어내야 했다. 칼리스는 아스티나를 힐끔 쳐다봤다. 혹시나 나뭇가지가 그녀의 여린 피부에 상처를 낼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아스티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 보였다. 은은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아스티나의 체취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며칠째 향유를 쓰지 못했을텐데, 아스티나는 달콤하고 그윽한 향기를 뿜었다. 그녀의 향.. 2026.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