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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움직이는 욕망 쾅. 쾅. 콰앙!문이 부서질 듯 흔들렸지만, 노아르는 느긋하게 하품을 했다. 벨로체 1황자궁의 문을 저렇게 두드릴 수 있는 사람은 제국에 단 한 명뿐이었다.노아르는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천천히 빗장을 풀었다. 문이 열리자 이벨린이 사납게 눈을 치켜뜨며 그를 노려봤다. 그녀의 뒤로 난처한 기색의 시종들과 카일리스가 보였다. “내 아름다운 여동생께서 왜 이렇게 뿔이 나셨을까?” 노아르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이벨린은 거칠게 어깨를 치며 방으로 들어섰다. 황녀의 호위기사인 카일리스도 정중하게 인사하고 따라 들어왔다. “노아르, 내가 몇 번이나 문을 두드렸다고 생각하지! 너 일부러 그런거지?” 노아르는 어깨를 으쓱한 다음, 시종들에게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제야 얼어 있던 시종들의 표정에 안도감이 번졌다... 2026. 8. 5.
26화) 안개 속으로 서둘러 출발한 칼리스 부대는 반나절만에 그레이우드 숲 어귀에 다다랐다. 이 숲만 지나면 드디어 제국령에 들어선다. 그런데 어쩐지 말들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초조하게 콧김을 내뿜던 말들은 자꾸 뒷걸음 쳤다. 숲도 여느 때와는 달리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바람조차 숲 안으로 들어가기를 주저하는 듯 적막했다. 숲에서 풍기는 위험한 분위기에 결국 카시안이 말 머리를 돌려 칼리스에게 다가왔다. “주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함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칼리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숲 속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세눈박이 까마귀를 잃은 메레디아가 허튼 짓을 했을 수도, 아니면 황제가 변덕을 부린 것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 2026. 8. 3.
4화) 백 년 만의 기적 황금빛 장식이 눈부시게 빛나는 황제의 전용 응접실. 카스테로 황제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찻잎을 곱게 갈아 천천히 차를 우려 냈다. 다관에서 피어오른 은은한 풀향이 응접실을 가득 채우자 긴장으로 굳어 있던 크러서스의 어깨도 조금씩 풀어졌다. 제국의 정점에 선 황제가 직접 차를 우리는 모습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수십 년을 곁에서 지켜본 크러서스는 알고 있었다. 카스테로는 황제가 되기에는 너무 심성이 순한 사람이었다.크러서스는 자신도 모르게 옅은 웃음을 흘렸다. “공작 왜 웃지?”“아 죄송합니다, 폐하. 오랜만에 다기를 다루는 모습을 보니 옛 생각이 나서 그만…” 카스테로는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했다. “그렇지, 공작은 오랜만이겠군. 몇 년을 전장만 돌았으니.” 푸른 눈동자에 옅은 그리움이 번진 카스테로는 벽에.. 2026. 7. 29.
25화) 반 크로첸 하늘을 가릴 만큼 거대한 고목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블랙바인 숲은 아침에도 그늘이 져 어두웠다. 게다가 전 날 내린 비로 땅이 질척거려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버거웠다. 암울한 숲만큼이나 카르테시온 잔병들의 분위기도 어두웠다. 병사들의 얼굴에는 땀과 함께 짙은 패배감이 어려 있었다. 테오도르는 비참함과 아픔이 동시에 밀려들어 며칠째 제대로 잠들 수 없었다. 게다가 불편한 다리 때문에 로스터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는 것이 여간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로스터 부단장은 로웬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부대의 대패로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자신마저 짐을 더한 것이 신경 쓰였다. 말 수가 적은 로스터가 드러내 놓고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테오도르는 알 수 있었다. 로스터도 병사들도 자신에게 불.. 2026. 7. 27.
3화) 아름답고 매혹적인 쌍둥이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눈부신 미소를 띈 노아르와 이벨린이 나란히 이안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라그리스와 홀던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아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이안은 얕게 한숨을 내쉰 뒤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제국의 빛나는 두 분을 뵙습니다.” “오랜만이군요, 발드라이크 소공자.”노아르는 활처럼 휘어진 눈으로 환하게 웃었다. 그 미소 하나에 주변의 공기마저 밝아진 듯,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에게 머물렀다. “뤼투아 전투에서의 활약상이 대단했다고 들었습니다. 동년배라고 알고 있는데, 소공자께는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과찬이십니다.”노아르의 웃음기 어린 눈이 이안을 찬찬히 훑었다. 이안은 속을 궤뚫어 보는 듯한 시선이 불편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오.. 2026. 7. 22.
24화) 감시자 나뭇잎 사이로 잔잔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따라 야영지에는 새벽 안개가 서서히 걷혀가고 있었다. 모닥불은 잿빛 불씨만 희미하게 남긴 채 꺼져가고, 교대를 선 병사들은 말없이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고요한 풍경 사이로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보초를 선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멋스럽게 가지를 뻗은 전나무를 흘깃거렸다. 굵은 가지 위에 십여 마리의 세눈박이 까마귀들이 앉아 야영지를 빈틈없이 훑고 있었다. 각자 다른 방향을 응시하며 탐색하는 보라빛 눈동자들에 병사들은 소름이 돋는 것 같아 고개를 돌렸다. 수많은 전장을 떠돌던 그들이지만, 언제 봐도 기분 나쁜 건 한결 같았다. 칼리스의 막사를 멀리서 조용히 응시하던 까마귀가 갑자기 날개를 퍼덕이더니 그의 막사와 가까운 나무로 날아갔다. 가지에 앉으려던.. 2026. 7. 20.
2화) 깨어난 뤼네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을 깨고 헤일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헤스티아, 날 부축해 다오.” 헤스티아는 헤일로에게 가운을 건넨 뒤,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그의 팔을 어깨에 둘렀다. 성인 남자를 홀로 부축하기엔 버거웠지만, 몇 달 사이 야윈 헤일로의 몸은 놀랄 만큼 가벼웠다. 두 사람은 선대 가주들의 초상화가 늘어선 긴 회랑을 천천히 걸었다. 붉은 융단 위로 두 사람의 발소리만 낮게 울렸다. 회랑의 끝에 다다르자 거대한 흑철문이 나타났다. 가주 외에는 누구도 출입할 수 없는 금역.흑철문 한가운데에는 브렌하임의 상징인 피닉스가 새겨져 있었다. 섬세하게 조각된 깃털 하나하나에서는 당장이라도 타오를 듯한 화염의 기세마저 느껴졌다. 문 앞에 선 헤일로는 잠시 숨을 고른 뒤 헤스티아를 향해 미소 지었다. 헤스티아는 .. 2026. 7. 15.
1화) 절망은 언제나 나의 곁에 똑. 똑. 짧게 두 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갑지 않은 손님의 방문을 알리는 집사 베른의 알림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린 헤스티아가 깊게 심호흡을 한 뒤 입을 열었다. “들어와요.” 어두운 표정의 베른 뒤로, 콜커스 상단주 아서가 들어왔다. 그는 예의를 차려 인사했지만, 눈동자에는 무심한 거리감이 옅게 깔려 있었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시죠.”헤스티아는 주눅 들지 않으려는 듯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언제 봐도 아름다우십니다, 헤스티아 영애.”아서는 느긋한 시선으로 그녀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입가에는 사람 좋은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그 시선은 값비싼 물건을 감정하듯 노골적이었다.“브렌하임은 몰락해도 영애의 가치는 여전하군요. 영애의 아름다움을 저 드레스가 다 담.. 2026. 7. 15.
[타오르는 달빛은 멈추지 않는다] 캐릭터시트 공개✨ [주요 등장인물]☑️ 헤스티아 브렌하임 (Hestia Brenheim) 루멘티아 제국 4대 가문 중 하나인 브렌하임 가문의 영애. 몰락한 브렌하임가를 홀로 지켜 왔다. 백 년 만에 자연 발현한 진정한 '뤼네' 그녀의 등장은 제국의 운명을 뒤흔들기 시작한다.책임감이 강하고 당찬 성격의 소유자.밝고 따뜻한 성품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만큼은 굽히지 않는다.☑️ 이안 발드라이크 (Ian Valdrake) 루멘티아 제국 4대 가문 중 가장 명문인 발드라이크의 소공자이자 제국 최고의 검사. 냉철한 판단력과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전장의 영웅. 과묵하고 이성적이지만, 목표한 일에는 열정적이다.☑️ 노아르 레제프 아르세리온 (Noar Rezef Arserion) 루멘티아 제국의 1황자. 누구나 시선을 빼앗기는.. 2026.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