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36 4화) 전리품 아스티나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뒤였다. 왕궁은 더 이상 그녀가 알던 아름다운 궁전이 아니었다.곳곳이 무너져 내린 회랑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아 있었고, 붉은 피가 대리석 바닥 위를 길게 물들이고 있었다. 불길은 대부분 진압되었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공주들은 제국군들에게 둘러싸인 채 천천히 왕궁 밖으로 이동하고 있었다.루에나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흐느끼고 있었고, 벨로나는 이를 악문 채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다. 디에나는 텅 빈 눈으로 바닥만 바라봤다. 마치 영혼이 함께 무너져 내린 사람 같았다. 아스티나는 차마 주변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익숙했던 정원은 짓밟혀 있었고, 조금 전까지 웃음이 가득했던 궁전은 시체와 잿더미만 남은 폐허가 되어 있.. 2026. 6. 29. 3화) 붉은 눈의 괴물 에스카리엘은 이미 패배한 전쟁터와 다름없었다.불길은 왕궁을 삼키고 있었고, 살아남은 기사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제국군을 막지 못했다. 화염은 아름답던 궁전을 집어삼키며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병사들의 검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그러나 그런 혼란 속에서도 칼리스의 붉은 눈동자만큼은 흔들림 없이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제국 정예 병사들은 칼리스를 따라 바삐 움직였다. 칼리스는 마치 방향을 제대로 아는 것처럼 비밀 통로를 단번에 찾아냈다. 역시 용족은 다른 건가.비범한 칼리스의 능력에 매번 감탄하는 카시안이지만, 왕가 비밀 통로를 찾아내는 능력에는 진심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칼리스는 희미한 빛을 쫓았다.그 빛은 보일 듯 말듯 해 그를 더 애 닳게 했다. 게다가 왕궁 입성 .. 2026. 6. 29. 2화) 달빛 아래의 첫 키스 화려한 샹들리에의 빛으로 반짝이는 연회장에는 아름다운 선율과 향기로운 꽃내음으로 가득했다. 밤의 궁전은 낯보다 훨씬 아름답고 화려했다. 에스카리엘의 모든 귀족들이, 에스카리엘과 카르테시온의 화합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다. 궁전은 그 어느때보다 활기로 가득했다. 귀족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어린 두 연인에게 쏠렸다. 찬란한 금발을 빛내는 두 사람은, 마치 장인의 정교한 손끝에서 탄생한 도자기 인형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한 쌍이었다.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앞으로 두 나라의 미래가 두 분의 미모만큼이나 밝아지겠군요.”비슷한 분위기의 덕담이 여러 차례 반복되자 아스티나는 억지 미소를 유지하느라 볼이 뻐근해지는 기분이었다. 귀족들은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했지만, 정작 관심은 혼담보다 서로의 권력과.. 2026. 6. 29. 1화) 첫 만남 에스카리엘 왕궁의 아침은 오늘따라 유난히 분주했다. 새벽빛이 푸른 지붕을 물들이게 시작할 때부터, 시녀들과 하인들은 바쁘게 회랑을 오갔다. 정원사들은 밤새 맺힌 이슬을 털어내며 화원을 정성껏 손질했고, 요리사들은 만찬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새롭게 손질한 상아빛 분수대에서는 맑은 물줄기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정원 곳곳에 피어난 수국은 초여름의 색을 머금고 있었다. 왕궁 전체가 연회 준비로 들썩였다. 오늘은, 에스카리엘의 사랑스러운 막내 공주인 아스티나가 처음으로 자신의 약혼자를 만나는 날이다. 이제 막 성년이 지난 공주가 혼인을 서두르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군사력이 약한 에스카리엘의 평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아스티나는 아침부터 언니들 등살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왕국 최고의 재단사.. 2026. 6. 29. [심장이 붉게 물들면] 향후 연재 관련 안내 안녕하세요, STUDIO MANYASSI입니다. [심장이 붉게 물들면]은 이번 네이버 공모전에서 아쉽게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ㅠㅁ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죠~ 부족한 점도 많았고 아쉬움도 남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공모전에 올렸던 원고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AI로 제작한 일러스트를 함께 삽입해 블로그에서도 동시 연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조금 더 읽기 편하고, 이야기와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형태로 천천히 다듬어 나가겠습니다. 요즘 현생이 바빠 업데이트가 다소 들쭉날쭉했지만,앞으로는 연재 흐름을 정리하고 시스템화하여 정해진 요일에 꾸준히 찾아뵐 수 있도록 할게요. 그리고 [심장이 붉게 물들면]은 완결까지 끝까지 책임지고 써 내려갈 생각입니다.언제나 제 작품을 읽.. 2026. 6. 24. 이전 1 ···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