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46 4화) 전리품 아스티나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뒤였다. 왕궁은 더 이상 그녀가 알던 아름다운 궁전이 아니었다.곳곳이 무너져 내린 회랑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아 있었고, 붉은 피가 대리석 바닥 위를 길게 물들이고 있었다. 불길은 대부분 진압되었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공주들은 제국군들에게 둘러싸인 채 천천히 왕궁 밖으로 이동하고 있었다.루에나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흐느끼고 있었고, 벨로나는 이를 악문 채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다. 디에나는 텅 빈 눈으로 바닥만 바라봤다. 마치 영혼이 함께 무너져 내린 사람 같았다. 아스티나는 차마 주변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익숙했던 정원은 짓밟혀 있었고, 조금 전까지 웃음이 가득했던 궁전은 시체와 잿더미만 남은 폐허가 되어 있.. 2026. 6. 29. 3화) 붉은 눈의 괴물 에스카리엘은 이미 패배한 전쟁터와 다름없었다.불길은 왕궁을 삼키고 있었고, 살아남은 기사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제국군을 막지 못했다. 화염은 아름답던 궁전을 집어삼키며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병사들의 검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그러나 그런 혼란 속에서도 칼리스의 붉은 눈동자만큼은 흔들림 없이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제국 정예 병사들은 칼리스를 따라 바삐 움직였다. 칼리스는 마치 방향을 제대로 아는 것처럼 비밀 통로를 단번에 찾아냈다. 역시 용족은 다른 건가.비범한 칼리스의 능력에 매번 감탄하는 카시안이지만, 왕가 비밀 통로를 찾아내는 능력에는 진심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칼리스는 희미한 빛을 쫓았다.그 빛은 보일 듯 말듯 해 그를 더 애 닳게 했다. 게다가 왕궁 입성 .. 2026. 6. 29. 2화) 왕국의 멸망 아스티나는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연회의 잔향이 여전히 방 안의 공기를 데우고 있었다. 그녀는 무심코 손등을 매만지며 정원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아직 사랑이라 부르기엔 이르다.하지만 다정한 사람이란 건 알 수 있었다. 몇 번 더 만나게 된다면, 정말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몽글거려 제대로 잠들 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콰아아앙—!! 쿠쿵!엄청난 굉음과 함께 왕궁 전체가 거센 파도에 휩쓸린 배처럼 크게 흔들렸다. 왕궁 곳곳에서 터져 나온 비명은 처절하게 울려 퍼졌고 창밖에는 붉은 화염이 용의 혀처럼 길게 치솟아 하늘을 핥고 있었다. “습격입니다! 지금 당장 대피하셔야 합니다!!”“…!”황급히 들어온 시녀의 외마디 비명에 아스티나는 아연해졌다. ‘습격이라니. 누가!.. 2026. 6. 29. 1화) 약혼식 대륙 서쪽 끝에 자리한 작은 나라 에스카리엘은 오늘따라 유난히 분주했다. 오늘은 에스카리엘의 사랑스러운 막내 공주 아스티나의 약혼식이다. 이른 아침부터 왕국은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원 가득 피어난 수국이 초여름의 향기를 더하며 연회장을 화사하게 물들였지만, 미묘하게 흐르는 긴장감만은 감출 수 없었다. “결국 크로첸이 패하다니… 미친 제국놈들.” “그 크로첸까지 무너졌는데 우리 같은 소국이 버틸 수나 있겠습니까?” “그래도 다행입니다. 아스티나 공주님께서 카르테시온으로 시집가시면 당분간은 한숨 돌리지 않겠습니까?” “에잇! 벨로나 공주님의 혼담만 성사됐어도 루스베키아가 등을 돌리진 않았을 텐데…” “쉿! 좋은 날에 그런 말은 삼갑시다.” 귀족들의 끊임없는 뒷말들에 진저리가 쳐진 둘째 공주.. 2026. 6. 29. [심장이 붉게 물들면] 향후 연재 관련 안내 안녕하세요, STUDIO MANYASSI입니다. [심장이 붉게 물들면]은 이번 네이버 공모전에서 아쉽게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ㅠㅁ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죠~ 부족한 점도 많았고 아쉬움도 남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공모전에 올렸던 원고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AI로 제작한 일러스트를 함께 삽입해 블로그에서도 동시 연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조금 더 읽기 편하고, 이야기와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형태로 천천히 다듬어 나가겠습니다. 요즘 현생이 바빠 업데이트가 다소 들쭉날쭉했지만,앞으로는 연재 흐름을 정리하고 시스템화하여 정해진 요일에 꾸준히 찾아뵐 수 있도록 할게요. 그리고 [심장이 붉게 물들면]은 완결까지 끝까지 책임지고 써 내려갈 생각입니다.언제나 제 작품을 읽.. 2026. 6. 24. 이전 1 ···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