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39 27화) 환영의 숲 Ⅰ 숲 속을 한참 내달리던 공주들은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잠시 숨을 골랐다.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숲 속은 지나치게 고요하고 불길했다. 무서워진 루에나가 아스티나의 손을 꼭 붙잡았다. 아스티나는 파리해진 루에나를 꼭 껴안아 주었다. 언니들이 서둘러 마차를 탈출하는 바람에 덩달아 따라오긴 했지만, 아스티나의 발걸음은 자꾸 무거워졌다. “언니, 이게 맞을까? 돌아가서 보호를 받는 편이 낫지 않을까?”걱정스러운 눈빛을 한 아스티나가 벨로나에게 물었다. “나도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어. 하지만, 너도 느꼈잖아. 그 녀석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했어! 그곳에 있다가는 살해당했을 거야.”“…그들은 분명히 황가의 문장이 새겨진 목걸이를 차고 있었어. 황제가 우리를 죽이려는 걸까?” 벨로나와 아스티나의 대화를 .. 2026. 8. 11. 5화) 움직이는 욕망 쾅. 쾅. 콰앙!문이 부서질 듯 흔들렸지만, 노아르는 느긋하게 하품을 했다. 벨로체 1황자궁의 문을 저렇게 두드릴 수 있는 사람은 제국에 단 한 명뿐이었다.노아르는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천천히 빗장을 풀었다. 문이 열리자 이벨린이 사납게 눈을 치켜뜨며 그를 노려봤다. 그녀의 뒤로 난처한 기색의 시종들과 카일리스가 보였다. “내 아름다운 여동생께서 왜 이렇게 뿔이 나셨을까?” 노아르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이벨린은 거칠게 어깨를 치며 방으로 들어섰다. 황녀의 호위기사인 카일리스도 정중하게 인사하고 따라 들어왔다. “노아르, 내가 몇 번이나 문을 두드렸다고 생각하지! 너 일부러 그런거지?” 노아르는 어깨를 으쓱한 다음, 시종들에게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제야 얼어 있던 시종들의 표정에 안도감이 번졌다... 2026. 8. 5. 26화) 안개 속으로 서둘러 출발한 칼리스 부대는 반나절만에 그레이우드 숲 어귀에 다다랐다. 이 숲만 지나면 드디어 제국령에 들어선다. 그런데 어쩐지 말들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초조하게 콧김을 내뿜던 말들은 자꾸 뒷걸음 쳤다. 숲도 여느 때와는 달리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바람조차 숲 안으로 들어가기를 주저하는 듯 적막했다. 숲에서 풍기는 위험한 분위기에 결국 카시안이 말 머리를 돌려 칼리스에게 다가왔다. “주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함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칼리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숲 속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세눈박이 까마귀를 잃은 메레디아가 허튼 짓을 했을 수도, 아니면 황제가 변덕을 부린 것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 2026. 8. 3. 4화) 백 년 만의 기적 황금빛 장식이 눈부시게 빛나는 황제의 전용 응접실. 카스테로 황제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찻잎을 곱게 갈아 천천히 차를 우려 냈다. 다관에서 피어오른 은은한 풀향이 응접실을 가득 채우자 긴장으로 굳어 있던 크러서스의 어깨도 조금씩 풀어졌다. 제국의 정점에 선 황제가 직접 차를 우리는 모습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수십 년을 곁에서 지켜본 크러서스는 알고 있었다. 카스테로는 황제가 되기에는 너무 심성이 순한 사람이었다.크러서스는 자신도 모르게 옅은 웃음을 흘렸다. “공작 왜 웃지?”“아 죄송합니다, 폐하. 오랜만에 다기를 다루는 모습을 보니 옛 생각이 나서 그만…” 카스테로는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했다. “그렇지, 공작은 오랜만이겠군. 몇 년을 전장만 돌았으니.” 푸른 눈동자에 옅은 그리움이 번진 카스테로는 벽에.. 2026. 7. 29. 25화) 반 크로첸 하늘을 가릴 만큼 거대한 고목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블랙바인 숲은 아침에도 그늘이 져 어두웠다. 게다가 전 날 내린 비로 땅이 질척거려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버거웠다. 암울한 숲만큼이나 카르테시온 잔병들의 분위기도 어두웠다. 병사들의 얼굴에는 땀과 함께 짙은 패배감이 어려 있었다. 테오도르는 비참함과 아픔이 동시에 밀려들어 며칠째 제대로 잠들 수 없었다. 게다가 불편한 다리 때문에 로스터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는 것이 여간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로스터 부단장은 로웬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부대의 대패로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자신마저 짐을 더한 것이 신경 쓰였다. 말 수가 적은 로스터가 드러내 놓고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테오도르는 알 수 있었다. 로스터도 병사들도 자신에게 불.. 2026. 7. 27. 이전 1 2 3 4 5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