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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로판23

10화) 네가 자꾸 신경 쓰여 “공주님,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실 수 있죠?”카시안은 벨로나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루에나에게 말했다. “… 응. 이만 내릴게.”그의 팔에 실린 힘이 풀리는 것을 느낀 루에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에반, 이리와서 공주님을 모셔가.”카시안은 근처에 있던 병사에게 루에나를 맡기고 곧장 벨로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물에 들어서자마자 벨로나는 금세 후회했다.생각보다 계곡물은 차가웠고 바닥은 미끄러웠다.지금이라도 도움을 받아야 하나.슬쩍 뒤를 돌아본 벨로나는 자신을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는 많은 눈들에 자존심이 상했다.흥.네깟 놈들 도움 따위 필요 없어.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 몇 번이나 휘청였지만, 걷다 보니 조금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어느새 계곡 한가운데까지 도착한 벨로나는 은근한 자신감까지 .. 2026. 6. 29.
9화) 가까워지는 두 사람 짧은 휴식을 마무리하고, 공주들이 말을 바꿔 탄 뒤 반나절이 흘렀다.늦지 않게 야영을 하려면 노던 숲을 서둘러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울창하게 우거진 숲은 말을 몰기에 썩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여름 내 자란 나무들은 하늘을 가릴 만큼 높게 가지를 뻗고 있었고, 곳곳에 계곡과 바위가 길을 막고 있었다. 시야를 가로막는 나뭇가지까지 쉴 새 없이 얼굴을 스쳐, 칼리스는 달리는 와중에도 가지를 꺾어내야 했다. 칼리스는 아스티나를 힐끔 쳐다봤다. 혹시나 나뭇가지가 그녀의 여린 피부에 상처를 낼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아스티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 보였다. 은은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아스티나의 체취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며칠째 향유를 쓰지 못했을텐데, 아스티나는 달콤하고 그윽한 향기를 뿜었다. 그녀의 향.. 2026. 6. 29.
8화) 놓치지 마 콰아아앙-!!!여관 전체가 흔들릴 만큼 거대한 충격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아스티나가 잠에서 깼다. 쾅-!!!! 콰앙!!두번째 굉음. “공주!”“엇, 이게 무슨…”아스티나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들렸다. “위험하다! 빨리 나가야 해!”칼리스는 재빠르게 아스티나를 수건에 감싸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스티나는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엉겁결에 칼리스의 품에 안겼다. 그녀의 볼에 닿은 단단한 근육을 느낀 순간, 아스티나는 크게 당황했다. 칼리스가 상체를 드러내고 하반신은 수건만 두른 상태로 그녀를 안고 있었다. 문 밖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복도를 뒤덮고 있었다. 아스티나는 당황한 것도 잠시, 연기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연.. 2026. 6. 29.
7화) 흔들리는 마음 짙은 어둠이 가라앉은 지하 감옥. 메레디아는 신경질적으로 손가락 끝을 움직였다.분명 느꼈다.잠깐이었지만, 멈춰 있던 심장이 따뜻하게 뛰는 것을.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사라졌다. 칼리스를 볼 수만 있다면 알 수 있을 텐데.심장이 왜 반응했는지.정말 반려를 찾은 건지.아니면 자신이 착각한 건지.하지만 황제는 그녀를 이 지하에 가둬 놓은 채 단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황제를 죽여 버릴까? 황제 따위, 눈 한 번 깜빡이면 죽일 수 있는데. 그 순간. 철그럭.황금 사슬이 살을 파고들었다. “으윽….”황제에 대한 불온한 생각만으로도 반응하는 저주 같은 구속구.메레디아는 비틀거리며 웃었다. 하이데벨 마법사들이 만들었다던가.하여튼 그 영감들은 쓸데없는 걸 잘도 만든단 말이지.목을 문지르던 메레디아는 천천.. 2026. 6. 29.
5화) 서늘한 경고 유쾌하고 소란스러운 소음들이 모닥불 주위를 늦은 밤까지 맴돌았다.승리를 자축하는 제국군들의 웃음소리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 사이사이로 공주들의 흐느낌이 유령의 속삭임처럼 처연하게 스며들었다. 승자들의 환희와 패자들의 절망이 같은 밤하늘 아래 뒤섞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전공을 자랑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흐느꼈다. “언제까지 우는 거야? 세상 끝났어?”“하하하! 고귀하신 공주마마들 비위를 맞춰주려면 꽤나 힘들겠어.”병사들은 짖궂은 농담을 던지면서도, 장막 사이로 보이는 공주들의 모습을 계속 힐끔거렸다. 금발의 아름다운 여인들이 네 명이나 있었다.그것도 평생 전장을 떠돌던 병사들이 감히 가까이할 수도 없었던 아름답고 고귀한 여성들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시종과 기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살.. 2026.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