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의 시작
“으아아악! 미친 놈! 죽여버릴 놈! 면전에서 욕을 박고 몇 대 쳤어야 했는데!”짐을 싸다 말고 울분을 참지 못한 벨로나가 소리를 질렀다. 짐 싸는 것을 돕고 있던 아스티나는 깜짝 놀라 그녀에게 다가왔다. “언니, 무슨 일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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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미친 놈! 죽여버릴 놈! 면전에서 욕을 박고 몇 대 쳤어야 했는데!”짐을 싸다 말고 울분을 참지 못한 벨로나가 소리를 질렀다. 짐 싸는 것을 돕고 있던 아스티나는 깜짝 놀라 그녀에게 다가왔다. “언니, 무슨 일이 있었어?…
그레이우드 숲이 낯선 병사들로 북적였다. 이미 숲 주위에는 연합군 병력이 촘촘하게 깔렸고, 곳곳에 임시 처소가 빠르게 들어서고 있었다. 숲에 드리웠던 안개도 말끔히 걷혔다. 대마법사인 헬리오스의 힘으로 숲을 정화한 뒤 보호 마법까지 걸고 나니 이제…
벨로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흐릿했던 시야가 조금씩 선명해지며 그리운 체온이 느껴졌다.“공주님, 괜찮으세요? 정신 차리세요!”자신을 걱정하는 익숙한 목소리와 탄탄한 품 속에서 벨로나는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다. 그녀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얼굴을 매만졌다. 그가…
숲 속을 한참 내달리던 공주들은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잠시 숨을 골랐다.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숲 속은 지나치게 고요하고 불길했다. 무서워진 루에나가 아스티나의 손을 꼭 붙잡았다. 아스티나는 파리해진 루에나를 꼭 껴안아 주었다. 언니들이 서둘러…
서둘러 출발한 칼리스 부대는 반나절만에 그레이우드 숲 어귀에 다다랐다. 이 숲만 지나면 드디어 제국령에 들어선다. 그런데 어쩐지 말들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초조하게 콧김을 내뿜던 말들은 자꾸 뒷걸음 쳤다. 숲도 여느 때와는 달리 짙은…
하늘을 가릴 만큼 거대한 고목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블랙바인 숲은 아침에도 그늘이 져 어두웠다. 게다가 전 날 내린 비로 땅이 질척거려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버거웠다. 암울한 숲만큼이나 카르테시온 잔병들의 분위기도 어두웠다. 병사들의 얼굴에는 땀과…
나뭇잎 사이로 잔잔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따라 야영지에는 새벽 안개가 서서히 걷혀가고 있었다. 모닥불은 잿빛 불씨만 희미하게 남긴 채 꺼져가고, 교대를 선 병사들은 말없이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고요한 풍경 사이로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보초를 선…
짙은 어둠이 내린 막사 안.아무 말없이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뒤로 촛불만 잔잔하게 흔들렸다. 장막 너머로 스며드는 밤바람이 희미하게 불꽃을 흔들 때마다 두 사람의 그림자도 함께 일렁였다. 아스티나는 조용히 숨을 내쉬며 붉어진 눈시울을 손등으로…
시온이 다녀간 뒤부터 칼리스는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황제가 보낸 선물이 평범할 리 없었다.‘도대체 뭘 보낸 거지? 그 미친 놈이.’ “주군, 한 각(15분) 정도 달리면 야영할 만한 적당한 곳이 나옵니다.”주군의 불안한 기색을 눈치챈 카시안은…
칼리스 부대는 숲을 가로질러 빠르게 내달렸다. 울창한 나무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고, 거센 말발굽 소리만이 고요한 숲을 뒤흔들었다. 고삐를 쥔 카시안의 손에는 자신도 모르게 힘이 잔뜩 들어갔다.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제 품 안에 있는…